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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알고보니

[세계지식포럼 2022 리뷰]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글로벌 경제 빅 사이클 1부

 

오늘 리뷰할 주제는 레이 달리오의 최신간인 [변화하는 세계 질서(Changing World Order)] 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제 질서의 5가지 추동 요인(5 Forces)입니다.  2022년 9월 22일 목요일에 열렸던 세계지식포럼 화상회의 세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전반적인 대담 내용은 책에서 나온 내용들을 저자의 식견을 곁들여서 요약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강연 내용을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최근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구조화하고 모델링하는, 하나의 해석 틀로서 바라보는 데 좋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좌)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우) 레이 달리오 Bridgewater Associates 창립자

 

세션의 진행은 사전 녹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원격 화상 회의를 통해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주재로 최근 급변하고 있는 국제 정세와 심화되는 경기 침체 이슈에 대해 질의하고, 이에 대해 레이 달리오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읽지는 못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요약된 영상만 시청한 터라 이번 세션의 내용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빅 사이클을 주도하는 5 FORCES

 

흔히 5 Forces라고 하면 마이클 포터의 본원적 경쟁 전략에 나오는 5가지 경제 주체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레이 달리오가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들입니다. 경제 사이클, 국가 내부 갈등, 강대국 간 갈등, 자연 촉발 재해 사이클, 인간의 기술 발명을 빅 사이클(시장, 경제, 사회 및 제국의 상승/쇠퇴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추동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 요인에 대해서 아래 지면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 달리오가 설명한 내용 요약은 이탤릭체로, 저의 사견은 대괄호 [ ] 내에 표기해 두었습니다. 

 

 

 

1) 신용, 돈 그리고 경제 사이클 

출처: Stages of the Economic Cycle - Financial Edge (fe.training)

 

소득 창출 능력보다 지출이 더 크면 '부채(Debt)'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신용(Credit)'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구매력으로 이어진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신용이 많아야 하고, 또 구매력이 커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매력은 결국엔 다시 상환을 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 사이클은 크게 '신용 사이클'에 의해서 좌우된다. 이러한 연쇄 관계는 장시간에 걸쳐 큰 규모로 이뤄진다. 

 

신용 사이클은 단기 사이클과 장기 사이클로 나뉜다. 오늘날 소득에 비해 더 많이 지출하려는 욕구를 전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구매력이 생기고 많은 부채가 생겨나는데, 핵심은 이 부채를 상환할 때 '경환(Hard money 또는 Hard currency)'으로 상환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즉 동일한 가치의 돈(경환)으로 상환할 것인가  아니면 평가 절하된 돈(Currency appreciated)으로 상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당연히 평가 절하된 돈으로 상환하는 게 더 쉽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낸다. 이것이 바로 경제 사이클이다. 

 

이러한 경제 사이클은 경기 촉진,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는데, 이러한 돈과 신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인플레이션을 또 낳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후로는 지금과 같이 통화 긴축 정책이 도입되고, 결국 구매력을 앗아가게 된다. 그래서 인플래이션율이 올라가고 (자산)구매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게 되고, 돈과 신용의 가용성이 줄어들면서 1970년대에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한 규모로, 아래에서 설명할 다른 구성 요소들과도 상호 연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현안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 기본적으로 경제 교육을 받았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기 순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할 것이라고 봅니다. 화폐 제도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빚(부채)'을 레버리지 삼아서 돌아가는 기계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코로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찍어낸 국가들이 돈을 다시 거두어들이고자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죠. 오늘날 같은 매파적 긴축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물론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발생하고, 공급망 불안정, 국제 질서의 재편 등 과거보다 다양한 요인들이 혼합되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체로 10년 주기로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에 동조하는 편인데, 이번 겨울은 상당히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아요. ]

 

 

2) 국가 내부의 갈등 

출처: Israel/Palestine: The Marxist left, the national conflict and the Palestinian struggle – New Socialist Alternative (socialism.in)

 

큰 의견의 대립과 큰 폭의 부의 격차가 존재할 때, 역사를 살펴보면 갈등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포퓰리스트는 좌파나 우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기고자 하며,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타협은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자 하므로, 민족주의적 성향도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이 대표적인데,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재정적 문제가 갈등을 일으키는 국내의 정치 현안들과 결합되고, 양쪽 모두 대선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고조된다. 

 

[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역시 국내의 여론이 결집되지 못하고 분열되었으며 남녀가 서로 편가르고 싸우고 세대간 갈등, 다양한 이권이 개입된 이합집산의 결과물로 점차 이러한 사회 대립과 갈등이 가속화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거나 오히려 여기에 기름을 붓게 될 때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결국 정치와 리더십의 문제인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의 현안이나 국제 외교 성적표를 살펴봤을 때 조만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청구서를 받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

 

 

 

3) 강대국 간 경쟁으로 인한 갈등 

출처: US Sends Warship Through The South China Sea, China Calls Move “Destabilizing” – Real News No Bullshit (realnewsnotbs.com)

 

이번 사이클은 전쟁이 종식되고 나서 발생한다. 세계 2차대전에서 미국이 당시 세계 지배적인 힘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배적인 힘이 존재할 때 다른 세력은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싸우다 지쳤기에 평화와 번영의 기간이 찾아오게 된다. 이처럼 전쟁은 부채를 없애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그런데 주도적인, 비슷한 수준의 세계 강대국들이 존재할 때는 양상이 달라진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고 긴장이 고조된다. 대표적으로 미-중 강대국 경쟁으로 인한 갈등이 있다. 강대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긴장이 고조되면 다음과 같이 5가지 차원의 전쟁이 발생한다. 무역 전쟁, 기술 전쟁, 지정학적 영향력 주도권 전쟁, 경제 제재 전쟁, 군사 전쟁, 현재 이러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러-우 전쟁에서 미국의 경제군사적인 원조로 인해서 러시아의 국력이 쇠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만이 있는 남중국해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뭉스런 의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국은 정치외교적인 수완을 발휘해 전략적인 관점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두 대국 간의 마찰로 인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국제 정세의 불안감 속에서 샌드위치(넛크랙커)입장이 된 우리나라는 지금 정말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고 봅니다. 본격적인 파워 게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차원의 슬기로운 해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요즘입니다. ]

 

 

 

4) 자연 촉발 재해 사이클 

출처: 5 Years Since the 2011 Great East Japan Earthquake - The Atlantic

 

중국 진나라 왕조를 연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가뭄, 홍수 및 전염병이 일어나는 사이클이 나타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는 전쟁이나 경제 공황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 동시에 큰 위험과 매우 큰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모습을 '천명이 일어서 나타난 일(Mandate of heaven)'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확실히 천재지변 앞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메뚜기 떼의 창궐이나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 등 지구적 스케일에서 벌어지는 일 앞에서는 대처에 한계가 있죠. 기술의 발달과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오늘날에 비하면 과거에 더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전염병의 경우, 2019년의 코로나 사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물론 세계의 지정학적 요건들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뉴노멀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죠. 빌 게이츠 전 회장에 따르면, 이러한 전염병의 창궐 사이클이 점점 더 짧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기조가 바뀌는 와중에도 여전히 지구 환경은 오염되고 있고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제때 인류가 적절한 조치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조직 협의체가 발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5) 인간의 기술 발명 능력

출처: Invention 스톡 사진 및 일러스트 - iStock (istockphoto.com)

 

앞서 설명한 4가지 요인과 달리 기술 발전/발명 사이클은 주기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지닌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발명들은 순환적이거나 주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습이 축적되면서 더 큰 발전을 가져오고, 그 힘은 오늘날 매우 강력하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 파괴적이고 파급력이 높은 혁신 기술의 등장은 경제적인 지형도를 바꾸어 놓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과거 애플의 '아이폰' 개발로 인한 앱 경제 생태계 형성이 그랬고, 오늘날 테슬라가 이끌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 혁명과 무인 자동화 공정 시스템 등이 그것입니다. 이는 희소 자원 확보 경쟁과 함께 공급망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AI와 차세대 무선 통신 기술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이러한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자국 내에 형성한 국가가 앞으로의 국제 정세 주도권을 거머쥘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정치 경제 군사 외교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녔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

 

 

 

쓰다 보니 내용이 상당히 길어져 1부와 2부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기술한 1부는 레이 달리오가 설명한 5 Forces에 대한 내용이 주된 콘텐츠이고, 2부에서는 이러한 5 Forces 모델로 바라보는 오늘날의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를 풀어서 설명할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2부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